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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성자: Ueoning 우어닝

중학교 시절 대치동 학원가에서의 어느 가을 새벽, 풀리지도 않을 어느 사소한 문제에 한 시간도 넘도록 씨름을 하다가 결국 그곳을 뛰쳐나온 적이 있다. 그 문제는 수학이나 과학 같은 학문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나를 절망감과 배신감에 젖게 내버려 두었던 차가운 공기가 이제는 노스텔지어로 남아있다. 

자신의 노력이 뜻대로 결과로 비추어지지 않을 때 인간은 때로 삶의 허무함을 느끼곤 한다. 삶의 이유를 정하고 그 이유 덕분에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삶의 이유 같은 심오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게 편하다는 사람도 있다. 삶의 이유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은 고귀한 심성을 보여주는 일임은 분명하지만, 그 자체로 현명한 것은 아닐테니. 

출처 Yes24

정확히 90년 전 어느 가을, 뉴욕 주에서 월 듀런트는 갑작스레 찾아온 한 남자에게 한 질문을 듣는다. 남자는 자신이 곧 자살할 예정이라며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해 설득해달라고 말했다. 낙엽을 긁어 모으고 있던 이 철학자는 직장을 구해보든가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든가 하는 조언을 해주었지만, 그 조언이 벼랑 끝에 서 있는 이 남자에게 살아야 할 의지를 만들어 주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 후 듀런트는 삶의 이유 혹은 가치라는 위대하고 심오한 질문에 대한 창조적인 생각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가 살고 있던 시기는 사회의 패권이 종교와 철학의 횡순환에서 과학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시대였고, 어려운 경기 속에서 해마다 자살하는 숫자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많았다. 세상의 진리를 보여줄 것만 같았던 과학은 인간을 오히려 해치기도 했으며 스스로 모순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고전역학이 진리라 믿었던 물리학자들이 상대론과 양자역학을 접하며 느꼈던 충격이 그런 것이었을까. 고귀한 정신이 깃들여 있다고 믿어온 인간이 그저 원자와 양자로 구성된 복잡한 고등 유기체라는 것을 알게 된 생명과학자들의 충격은 어땠을까. 월 듀런트는 고민 끝에, 생각만 하는 이론가가 아닌 실천으로 삶을 이어가는 현장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마하트마 간디, 버트런드 러셀, 칼 래믈리와 같은 많은 지식인들이 그에게 답변을 보내왔다. 

월 듀런트의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문명사학자이자 철학자 월 듀런트가, 당대 최고의 지성인으로 존경받는 100명의 사람들에게 인생의 의미에 대한 편지를 보내고 그 회답에 서신을 붙여 엮은 책이다. 그는 질문 속에서 삶은 어떤 의미인지, 무엇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지, 종교가 당신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당신을 노력하게 만드는 목적 혹은 원동력이 있는지와 같은 답을 얻길 바랬다. 

아마도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 무지한 사람들보다 얼마나 더 똑똑한지를 염두에 둔 질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삶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그 어떤 사람도 답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문인, 과학자, 음악가, 정치인, 영화감독 그리고 종교인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써놓은 인생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당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선한 삶, 지적 노동에서 얻는 보상, 가족에 대한 사랑 등 그들이 소개하는 행복과 가치를 듣다 보면 물질주의에 빠져 잊고 지내던 우리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지 않을까. 

가끔 기계론이나 회의주의자 같은 사람들이 보내온 조금은 성의 없어 보이는 답변도 있었다. 그런 질문에 뭔 의미가 있냐는 아일랜드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답이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을 대변할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둔 죄수 79206번의 답도 흥미로웠다. 

물론 이 책이 가지는 시대적 한계에 대해서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여성과 비서구인에 대한 시혜적인 시선은 20세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남은 종교의 잔뿌리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월 듀런트가 자신의 서신에서 강조하는 총체론적인 관점은 20세기 후반에 빛을 볼 전체주의와도 무관하지 않다. 또 당시에는 산업 혁명이 시대의 근간을 흔들리게 했다면 지금은 정보 혁명의 시대가 도래한만큼, 어떤 비유는 조금 세속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질문에 의견을 덧붙일만큼 솔직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가벼운 국내 에세이를 읽으며 이별이나 외로움에 대한 일회적인 치유만 해왔다면 월 듀런트가 보내는 이 편지를 읽어보는건 어떨까. 이 편지에 굳이 답하려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수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보내는 답을 읽어보면서, 자신이 느끼는 삶의 가치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Reference

 

http://www.yes24.com/Product/Goods/86153156

https://ridibooks.com/v2/Detail?id=852000684